미국 정세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미국의 한국계 시민 중 많은 사람들이 선거철마다 한국의 지역구들을 꿰뚫어 보며 토론할 정도로 한국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살아가는 지역의 상하원 의원조차 알지 못하는 것을 보는 일이 허다하다. 자신의 이해가 직결되고 자녀들의 미래와도 관계가 있는 미국의 정치에 무관심한 반면에 국적을 옮기면서 참정권을 스스로 포기한 한국의 정치에만 몰두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원인을 찾기는 그리 힘들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선은 미국 정치에 관심을 둬야 별 수가 없다는 무력감이 아닌가 한다. 우리는 소수 민족으로서 인구 면에서 크게 열세이므로 노력해 보았자 흑인이나 히스패닉의 영향력 수준에도 미칠 방법이 없다. 그러니 아예 다른 소수 민족의 뒤에서 편하게 있자는 생각이 아닐까.

다음은 언어적, 문화적 괴리이다. 우리는 아시안 이민자들 중에서도 인구에 비하여 가장 활발한 민족 커뮤니티를 유지하는 것이 자랑이지만, 한인 인구가 몇 만명이 채 안되는 도시에도 수많은 신문과 방송 매체가 있는 것이 한인사회가 발전했고 민족적 유대가 강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어찌 보면 한국어와 한국발 미디어에 의존하는 정도가 높고 미국의 소식통과 두절되어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그리고 다른 민족에 비해 이민에 대한 기본 의식이 좀 색다른 점이 있다. 우리 대부분이 메이플라워(Mayflower)를 타고 목숨을 건 이민을 감행한 청교도들처럼 참담하게 본국을 떠나 온 것은 아니지만, 한인 중에는 이민을 통해 미국 사람이 된다는 엄연한 사실을 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시민권을 자의로 획득한 후에도 한인으로서의 자의식을 앞세우고 고집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심하게는 그러한 성향을 ‘애국심’의 잣대로 삼고 과시하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예로서 든 경우들의 각각이 옳고 그른 점을 가리기 보다는 인간과 자신이 살아 가는 커뮤니티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 곳에서 가계를 꾸려 나가고 자녀를 양육하며 노후의 복지를 해결할 생각이라면 이곳 사람이다. 따라서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를 이해하고 그 발전을 위해 협력할 의무가 있다. 그것은 특정 국가의 국민으로서의 의무이기도 하지만 한 인간이 자신을 지탱해 주는 향토에 대하여 가져야 할 태도인 것이다.

혈연이 없는 많은 이민족이 섞인 합중국의 희망은 각 인종집단이 전체에 기여하는 시민으로 활약해 주는 데 있으며 미국은 그러한 점에서 발전해 왔다. 합중국의 악몽은 국민으로서의 유대가 끊어지고 부분 집단과 전체가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대립하는 기생충의 집합으로 전락하는 일이다. 경제적으로 후퇴하면서 타인종이나 이민자를 질시하고 화합을 저해하는 시각이 대두되었다. 우리가 방관하는 사이에 그러한 풍조가 해소되기를 기다리기보다 참여를 통해 해결에 일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주장을 펴는 것은 우리를 낳아주신 부모와 형제가 사는 한국을 저버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두 나라 중에서 하나만을 섬기라는 것은 마치 전제 군주에 대한 충성의 도리를 현대 국가에 적용하는 것처럼 들린다. 자신의 이웃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라면 어느 곳에서든 좋은 시민일 리가 없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복잡하게 이해관계가 얽히고 섞인 국제 관계에서 다행히 한국과 미국은 이해관계를 상당한 수준에서 공유하는 우방이다. 한국을 위해서라도 재미 한인들이 미국에 공헌하고 자리를 잡는 일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턱대고 투표에 참여하는데 그치지 말고 나름대로 미국의 정치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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